그 다음
왜 사라졌는지 저도 설명을 못 해요
왜 사라졌냐는 물음에 아무 말도 못 했어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고, 진짜 이유는 저도 몰랐어요. 그 사이에서 또 조용해졌어요.
이 페이지는 어떤 사람인지 정하지 않아요. 그건 판정이고, 여기 있는 건 기록이에요. 있는 건 지금부터의 십 분 동안 하는 일과, 그 다음에, 원한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뿐이에요.
지금부터 십 분
지어내지 마세요. 그럴듯한 사연은 지금 당장은 편한데, 한 번 지어낸 사연은 계속 지어져야 해요.
설명 대신 사실을 보내요. 사실은 두 개면 돼요. 떠난 것이 그쪽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과, 이유를 지금도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
[중단의 말]
그때 사라진 건 그쪽이 뭘 해서가 아니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설명을 못 해요. 지어내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써요.
두 줄에서 멈춰요. 설명이 붙기 시작하면 사연이 되고, 사연은 지어낸 쪽으로 자라요.
이 두 줄은 짧고, 짧아서 정확해요. 지금 보낼 수 있는 진실의 크기가 이만큼이에요.
설명이 안 되는 이유
사라지는 동작이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결정에는 이유가 붙는데, 이건 결정보다 아래에서 움직였어요. 답장이 하루 늦어지고, 늦어진 게 무거워서 더 늦어지고, 어느 날부터는 여는 것 자체가 무거워진 것. 그 어디에도 이유라고 부를 만한 한 장면이 없어요.
그래서 왜냐는 물음 앞에서 말이 막혀요. 물음은 한 장면을 요구하는데, 실제로 있었던 건 기울기예요. 장면이 없는 자리에 장면을 만들어 넣으면 그때부터 거짓이 시작돼요.
[작동 원리]
사라짐은 한 번의 큰 동작이 아니라 작은 미룸의 합이에요.
미룸마다 3초에서 7초 앞에 몸의 신호가 있었어요. 많은 경우 목이나 가슴이에요.
신호는 그때도 기록되고 있었어요. 이름이 없었을 뿐이에요.
여기서 정할 수 있는 범위
상대가 이 두 줄을 어떻게 받는지는 이쪽 범위 밖이에요. 그건 그쪽의 몫이고 그쪽의 시간이에요.
설명을 못 하는 건 숨겨서가 아니에요. 이유가 있어야 할 자리에 기울기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정할 수 있는 건 이쪽이에요. 지어내지 않는 것, 두 줄에서 멈추는 것, 그리고 다음에 미룸이 시작되는 신호를 이번에는 이름으로 아는 것.
같은 일이 다시 시작될 때
[다시 쓰기 틀]
답장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면, 긴 답 대신 한 줄을 보내요. 지금은 길게 못 쓰고, 잊은 게 아니라는 한 줄이에요.
한 줄은 사라짐의 반대말이에요. 완전한 답장이 아니라 끊기지 않은 선이에요.
세는 건 날짜가 아니라 횟수예요.
이 순서의 파일은 서고에 있어요. 그때의 일을 이해하는 것과 다음의 일을 바꾸는 것은 같은 파일에서 시작돼요.
지어낼 수 있는 답은 여기 없어요. 지어내지 않아도 되는 두 줄까지만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