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같이 사는 사람이 왜 모든 일에 사과할까요?

    하루에 몇 번씩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나와요.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요. 문을 열어 준 뒤에, 물을 건네준 뒤에, 질문을 하나 한 뒤에요. 대답할 자리가 없는 사과예요.

    고맙다는 말이 있어야 할 자리에 미안하다는 말이 앉아 있어요. 그리고 그 한 칸이 방 안의 공기를 바꿔요.

    이 페이지는 밖에서 보이는 모양을 적어요. 같이 사는 사람을 적지 않아요. 모양을 알아본다고 해서 그 사람 대신 이름을 붙일 권리가 생기지는 않고, 아래 문장 중 어느 것도 오늘 저녁 식탁에 올릴 판정이 아니에요.

    밖에서 보이는 것

    사과가 잘못 뒤에 오지 않아요. 잘못 앞에 와요.

    물어보기 전에 미안하다고 해요. 부탁하기 전에 미안하다고 해요. 늦은 쪽이 이쪽인데도 미안하다고 해요. 그리고 사과가 받아들여지면 어깨가 내려가요. 그 내려감이 순서를 고정해요.

    [현장 관찰]

    하루에 몇 번인지 세요. 세는 동안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사과 앞에 무엇이 있었는지 적어요. 대개 부탁, 질문, 또는 침묵이에요.

    사과가 나오지 않은 순간도 적어요. 그 칸이 가장 많은 것을 알려 줘요.

    받아들여진 뒤에 몸이 어떻게 되는지 봐요. 어깨, 목소리 크기, 눈이 어디로 가는지.

    사과가 잘못보다 먼저 오는 이유

    이건 예의가 아니에요. 예의는 잘못 뒤에 와요. 여기서는 앞에 오고, 앞에 오는 사과는 다른 일을 해요. 방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값을 치르는 일이에요.

    먼저 사과하면 방이 조용해진다고 어딘가에서 익힌 몸이 있어요. 한 번 통했으니까 회로가 남았어요. 회로는 손상이 아니에요. 한때 통해서 남은 거예요.

    [작동 원리]

    몸의 신호가 먼저예요. 목이 좁아지거나 가슴 위쪽이 조여요.

    신호와 말 사이에 3초에서 7초가 있어요. 그게 틈이에요.

    그 틈은 다른 몸에서 열려요. 듣는 쪽에서 대신 열어 줄 수 없어요.

    사과가 받아들여지면 풀림이 와요. 순서를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것은 그 풀림이에요.

    이 모양에는 이 서고에 파일이 하나 있어요. 이름은 사과 루프예요. 그 파일은 순서를 안에서 돌리는 사람을 향해 쓰였어요. 설명이 집 안에서 보이는 것과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을 건네도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밖에서 도착한 이름은 정보가 아니라 판정으로 읽혀요.

    이 페이지가 말할 수 없는 것

    언제 시작됐는지 여기서는 말하지 않아요. 최초의 방은 그 사람의 것이고, 발굴은 네 개의 문 가운데 유일하게 선택인 문이에요. 밖에서 대신 파 주는 일은 발굴이 아니에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적지 않아요. 이 페이지는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요. 만난 적 없는 사람의 앞일을 적는 문장은 확인할 방법이 없는 독자에게 건네는 거짓말이에요.

    그리고 사과를 그만하게 만들 수는 없어요. 중단과 다시 쓰기는 회로가 도는 사람의 몫이에요. 밖에서 건네면 두 사람 다 잃어요. 고치라는 요구는 사과할 거리를 하나 더 만드니까요.

    [짚이는 것]

    괜찮다고 말해 줬는데 사과가 하나 더 돌아온 적이 있어요.

    그만 미안하다고 하라고 말하고 나서, 그 말이 또 사과를 부르는 걸 본 적이 있어요.

    화를 낸 적도 없는데 화난 사람 자리에 서 있게 된 적이 있어요.

    부탁 하나를 며칠 미룬 적이 있어요. 그 부탁이 또 사과를 부를 걸 알아서요.

    실제로 손이 닿는 것

    세 가지예요. 어느 것도 그 사람이 달라지는 일에 기대지 않아요.

    첫째는 사과가 아니라 내용에 답하는 거예요. 미안하다는 말에 괜찮다고 답하면 순서가 완성되고 풀림이 도착해요. 대신 물었던 것에 답해요. 창문 얘기였으면 창문 얘기로요.

    둘째는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에요. 왜 자꾸 사과하냐는 물음에는 답이 없고, 답이 없는 질문은 사과로 돌아와요. 저녁 몇 시가 좋으냐는 물음에는 답이 있어요.

    셋째는 앞이 보이는 방이에요. 같은 시각, 같은 순서, 같은 목소리 크기. 미리 값을 치르는 회로는 다음이 보이지 않는 방에서 가장 세게 돌아요.

    앞으로 이레 동안

    세어 본 적 없는 것은 볼 수 없어요. 이레면 인상을 기록으로 바꾸기에 충분해요.

    [현장 과제]

    이레 동안 세 칸이에요. 시각, 사과 앞에 있었던 일, 그리고 그때 이쪽이 한 대답.

    세 번째 칸이 이 과제의 이유예요. 바꿀 수 있는 것은 그 칸뿐이에요.

    이레 동안은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세는 주와 말하는 주는 서로 다른 주예요.

    이 질문과 함께 오는 질문들

    이렇게까지 사과하는 게 정상인가요?

    알아볼 만한 설명이 붙을 만큼 흔해요. 잘못 뒤가 아니라 앞에 오는 사과는 예의가 아니라 순서의 한 자리고, 그 자리는 여러 집에서 같은 모양으로 나와요.

    제가 무섭게 굴어서 그런 걸까요?

    밖에서는 알 수 없고, 이 페이지도 알 수 없어요. 잴 수 있는 것은 사과가 나오는 시각이에요. 이 순서는 화를 낸 뒤보다 부탁이나 질문 앞에서 더 자주 나와요.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은 집에서도 돌아가요.

    괜찮다고 말해 주면 되나요?

    그 말은 순서를 완성해요. 사과가 받아들여지면 풀림이 오고, 풀림이 다음 한 번을 예약해요. 답할 자리는 사과가 아니라 내용이에요. 물었던 것에 답하면 순서는 완성되지 않아요.

    그만 사과하라고 말해도 될까요?

    그 말은 사과할 거리를 하나 늘려요. 본 것을 날짜와 함께 말할 수는 있어요. 고치라는 요구는 밖에서 건네는 다시 쓰기고, 다시 쓰기는 회로가 도는 사람의 것이에요.

    이게 저를 탓하는 걸까요?

    이 순서는 듣는 사람을 고르지 않아요. 같은 방에 있는 사람에게 도착할 뿐이에요. 사과가 이쪽을 향해 온다는 사실은 이쪽이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가까이 있는지를 알려 줘요.

    왜 저한테만 이렇게 자주 사과할까요?

    이 순서는 걸린 것이 많은 자리에서 더 세게 돌아요. 그래서 집 안에서 가장 자주 나오고, 스쳐 가는 사이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아요. 밖에서는 다른 방을 볼 수 없으니 비교는 기록으로만 해요.

    이 얘기를 꺼내도 될까요?

    본 것은 말할 수 있어요. 이름은 건넬 수 없어요. 어제 두 번 미안하다고 했고 둘 다 잘못한 일이 없었다는 말은 사실이에요. 여기에 이름표를 붙이는 순간 판정이 되고, 판정은 대화를 닫아요.

    사과가 줄어든 날에는 뭐가 달랐을까요?

    그건 기록만 답할 수 있는 질문이에요. 그래서 현장 과제에 사과가 나오지 않은 순간을 적는 칸이 있어요. 거의 모두가 사과만 세고 그 칸을 비워 둬요.

    얼마나 지나야 줄어들까요?

    여기서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에요. 이 페이지는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요. 따라갈 수 있는 것은 기간이 아니라 횟수고, 횟수는 공책에 남아요.

    제가 같은 걸 하고 있으면요?

    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요. 부탁 앞에 미안하다는 말이 붙는지, 대답 대신 사과가 나가는지가 표시예요. 여기서 자기 모습이 보였다면 도움이 되는 파일은 순서를 안에서 겪는 사람을 향해 쓰인 1인칭 파일이에요.

    오늘 저녁에는 뭐부터 하면 될까요?

    공책에 세 칸을 그려요. 그리고 다음 사과가 왔을 때 사과가 아니라 내용에 답해요. 한 번이면 돼요. 오늘 세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레는 채워져요.

    서고

    한국어로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는 문에 적혀 있어요.

    한국어로 있는 것